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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팩스 보낼 일이 생겨서 프린터를 빌려봤다

갑작스러운 팩스 한 장 때문에

며칠 전 건강보험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팩스를 쓰나 싶었지만, 어쩌겠나. 요구하는 기관에서 팩스로 보내달라는데. 처음에는 근처 편의점이나 주민센터를 찾아볼까 했다. 근데 서류가 한 장이 아니라 꽤 두꺼운 분량이었고, 무엇보다 내 개인정보가 잔뜩 들어간 걸 남의 손을 빌려 보내기가 영 찜찜했다. 고민하다가 그냥 집에 프린터를 하나 들이기로 했다. 예전에 쓰던 건 진작 고장 나서 버린 지 오래였고, 잉크 말라비틀어지는 꼴을 다시 보기 싫어서 렌탈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렌탈 업체와 처음 통화하던 날

검색창에 대충 복사기 렌탈이라고 쳤더니 광고가 정말 끝도 없이 나왔다. 무슨 회사들이 이렇게 많은지. 삼성전자복합기 제품군도 있고 브라더나 캐논 쪽도 많았다. 사실 기계 성능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는데, 렌탈 업체 직원이랑 통화해보니 마음이 좀 바뀌었다. 월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면 잉크 걱정 없이 쓸 수 있다길래 솔깃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서 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의무 사용 기간이 문제였다. 1년 혹은 2년 약정이 대부분이라, 팩스 몇 번 보내자고 덜컥 계약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당장 내일 보내야 할 서류가 급해서 일단 상담만 받고 전화를 끊었다.

설치 과정에서 느낀 약간의 번거로움

결국 집 근처의 작은 업체에 연락해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삼성 컬러 복합기 모델을 하나 들였다. SL-T2270W 같은 가정용 겸용 모델이었는데, 기사님이 방문하시는 날 시간을 맞추는 게 은근히 일이었다. 오후 2시에 온다고 해서 점심도 대충 먹고 기다렸는데, 앞선 설치가 늦어진다고 4시 넘어서야 도착하셨다. 오셔서 설치하고 드라이버 잡아주시는 건 금방이었는데, 팩스 선을 벽 단자에 연결하느라 거실 구석 가구를 다 밀어내야 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끙끙거리면서 선을 꽂는데 ‘아, 그냥 편의점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깐 스쳤다.

막상 쓰려니 복잡한 팩스 설정

기사님이 가고 나서 바로 서류를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팩스라는 게 생각보다 설정할 게 많았다. 상대방 번호를 누르고 발신을 누르면 되는데, 중간에 자꾸 연결 실패가 떴다. 알고 보니 우리 집 전화 회선 상태가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복합기 설정에서 팩스 모드를 제대로 안 맞춘 건지 헷갈렸다. 설명서를 뒤적거리는데 글씨는 너무 작고, 인터페이스는 예전 삼성 팩스기 시절 그대로인 것 같아서 답답했다. 결국 렌탈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원격으로 뭘 조정받고 나서야 겨우 신호음이 제대로 들렸다. 진이 다 빠지더라.

렌탈이 주는 편리함과 묘한 거리감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제는 팩스 보내는 게 좀 익숙해졌다. 가끔 애들 숙제 출력도 하고, 필요한 서류도 복사해서 쓰니 편하긴 하다. 잉크가 떨어지면 알아서 가져다준다는 게 렌탈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써보질 않아서 실감은 잘 안 난다. 다만 매달 통장에서 꼬박꼬박 렌탈료가 빠져나갈 걸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 무겁다. 사버렸으면 진작 내 거였을 텐데, 빌려 쓰는 거라 그런지 내 물건 같지가 않다. 이게 정말 합리적인 소비였는지, 아니면 당장의 귀찮음을 돈으로 산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팩스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마음이 여전히 조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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