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커피머신부터 렌탈했는데
사무실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싶어서 덜컥 커피머신 렌탈 계약을 해버렸다. 예전부터 직원들이 아침마다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줄 서서 사 오는 게 내심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믹스커피 말고 좀 제대로 된 원두를 마시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한 달에 렌탈료로 대략 5~7만 원 정도 나가는 조건인데, 막상 설치하고 나니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게 생각보다 낯설었다. 설치 기사님이 오셔서 수평을 맞추고 원두 설정을 잡아주실 때까지만 해도 ‘이제 우리 사무실도 세련된 곳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딱 일주일 지나니까 슬슬 애물단지가 되기 시작하더라.
관리의 늪은 생각보다 깊었다
처음엔 다들 신나서 마시더니, 시간이 갈수록 찌꺼기통 비우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물 채우는 일까지 누구의 담당인지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내가 직접 하려고 마음먹고 옆에서 세팅 방법도 익히고 관리 팁도 찾아봤는데, 이게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특히 매일 아침 추출기 청소를 안 하면 원두 기름때가 눌어붙어서 커피 맛이 확 변한다. 내가 직접 닦아보니 이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렌탈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온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굵직한 부품 교체나 정기 청소일 뿐이다. 하루에 수십 잔씩 뽑아내는 사무실에서는 사실상 매일매일이 유지보수의 연속이다.
가구 배치와 공간의 괴리
머신을 놓으려고 사무실 구석을 비워보니, 기존에 쓰던 사무실 캐비넷이랑 동선이 꼬이는 게 문제였다. 원래는 서류 정리나 짐 보관이 우선이었는데, 커피머신이 들어오니까 사람들이 물 떠오고 커피 뽑느라 이동하는 동선이 자꾸 캐비넷 앞을 가로막는다. 결국 주말에 출근해서 가구를 다시 옮겼다. 예전에 이케아에서 사둔 책상 상판을 활용해서 간이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이게 또 수평이 안 맞아서 커피 뽑을 때마다 덜덜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런 건 어디 렌탈 서비스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내 몫이다. 중고사무실가구 몇 개를 처분하고 공간을 다시 세팅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처음에 생각했던 ‘쾌적한 휴게 공간’은 어디 가고, 그냥 노동의 강도만 조금 더 높아진 느낌이다.
비용과 실효성 사이의 고민
렌탈료 외에도 원두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게 생각보다 부담이다. 싼 원두를 쓰면 다들 맛없다고 안 마시고, 좀 괜찮은 걸로 채워두면 금방 바닥난다. 한 달에 커피값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렌탈료 포함해서 15만 원을 가뿐히 넘긴다. 이 돈이면 차라리 근처 카페 쿠폰을 사주는 게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특히 사무실 단기임대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 나중에 나갈 때 이 덩치 큰 기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기계 렌탈은 계약 기간이 있어서 중간에 해지하면 위약금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그냥 탕비실에 있던 작은 믹스커피 박스들이 다시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무인 시스템은 꿈만 같은 이야기
요즘 무인 커피머신이 잘 나온다길래 그런 걸로 알아볼까도 싶었는데, 사무실 안에서까지 돈을 받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일반 렌탈을 선택했다. 그게 화근이었나 싶기도 하다. 다들 공짜로 마시다 보니 아껴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가끔 우유를 넣어서 라떼를 해 먹겠다고 가져오는 사람까지 생기니 관리 차원에서 한계가 왔다. 이제는 내가 직원들에게 ‘원두 아껴 써라’는 잔소리를 하는 처지가 됐다. 도대체 나는 왜 이 평화로운 사무실에 복잡한 장비를 들여왔을까. 오늘도 커피 찌꺼기 통을 비우러 가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다음번엔 그냥 깔끔하게 배달 커피 쿠폰으로 타협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