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탈출하면서 가전제품 구매와 렌탈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
지긋지긋하던 신림동의 좁은 원룸을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 자체는 기쁜 일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보니 옵션이 하나도 없는 집이었다. 예전 원룸에는 빌트인으로 드럼세탁기랑 작은 냉장고가 들어가 있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새로 얻은 곳은 텅 비어 있으니 당장 빨래랑 음식 보관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가전 매장에 가서 일시불로 사거나 신용카드 할부로 긁을까 생각했다. 대충 가격을 알아보니 삼성 그랑데 세탁기랑 적당한 크기의 일반 냉장고를 세트로 맞추려면 최소 180만 원에서 200만 원 가까이 줘야 했다. 이사 비용에 보증금까지 치르고 나니 통장 잔고가 간당간당한 상황이라 한 번에 수백만 원을 지출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월 부담이 적다는 렌탈 서비스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LG헬로렌탈 사이트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세트를 고르고 신청서를 넣다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검색해 보다가 후기가 꽤 보였던 LG헬로렌탈 다이렉트 몰에 들어갔다. 월 납부금만 보면 확실히 부담이 적어 보였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같이 묶어서 패키지로 신청하니까 대략 월 42,900원 정도면 해결이 가능할 것 같았다. 60개월 약정이라는 조건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무려 5년 동안 다달이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인데, 내가 과연 5년 뒤에도 이 오피스텔에 살고 있을지, 아니면 가전을 그대로 들고 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달 당장 나가는 큰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 타협하고 온라인으로 서둘러 신청서를 작성했다. 주소지랑 연락처를 적고 본인 인증을 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넷플릭스나 멜론 구독하는 것처럼 그냥 카드 등록만 해두면 매달 알아서 빠져나가고 설치가 바로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신용평가사 조회와 함께 시작된 예상치 못한 한도 제한의 통보
신청을 완료하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알림톡과 함께 문자가 날아왔다. 나이스평가정보를 통해 나의 개인신용정보 조회가 완료되었다는 안내였다. 가전제품렌탈신용등급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대충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내 신용 점수가 조회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마침 지난달에 급한 돈이 필요해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50만 원 정도 잠깐 썼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 때문에 혹시 신용 등급이 떨어져서 렌탈이 거절되는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소형 가전은 심사가 널널하다는데,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은 단가가 높아서 회사 측에서도 신용 관리를 꼼꼼하게 한다는 글을 그제야 찾아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고객센터에서 본인 확인 및 신용 심사를 위해 전화를 줄 예정이니 대기하라는 안내 문자가 추가로 도착했다.
월 4만 원짜리 계약인데도 까다롭게 굴던 심사 전화 과정의 피로감
신청한 지 하루가 지난 오후에 마침내 심사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약 15분 동안 진행된 통화는 생각보다 꼬치꼬치 묻는 질문이 많아서 꽤 땀이 났다. 현재 직장에 재직 중인지, 사대보험은 가입되어 있는지, 그리고 현재 다른 금융권에 기대출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그냥 가전제품 하나 빌려 쓰는 것뿐인데 마치 은행 창구에 앉아서 소액 대출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피곤해졌다. 다행히 연체 기록이나 신용등급상에 치명적인 문제는 없어서 최종 승인이 났지만, 만약 신용 점수가 낮은 상태에서 대형 가전을 여러 대 동시에 신청했다면 한도 초과나 승인 거절이 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렌탈도 결국은 금융 상품의 일종이며 내 신용을 담보로 빌려 쓰는 행위라는 사실을 몸소 겪으면서 깨닫게 된 셈이다.
결국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와 렌탈 사이에서 남은 찝찝한 계산기 두드리기
우여곡절 끝에 신청한 지 3일 만에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드디어 세탁기와 냉장고를 방에 설치했다. 작동은 잘 되고 새 제품이라 깨끗하긴 한데, 좁은 다용도실 벽면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기사님이 실수로 문틀에 살짝 흠집을 내고 가셔서 마음 한구석이 조금 씁쓸했다. 그것보다 더 나를 찝찝하게 만든 건 머릿속으로 굴리는 주판알이었다. 월 42,900원씩 60개월을 내면 총금액이 거의 257만 원 돈이다. 처음에 일시불로 사려고 했던 금액보다 거의 70만 원 이상을 더 내는 셈인데, 이럴 거면 차라리 12개월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샀거나 아니면 중고로 깨끗한 걸 알아봤어야 했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가전제품렌탈신용등급 때문에 조마조마해하며 내 개인정보를 조회당하고 심사 통화까지 받아가며 얻은 결과물치고는 금융 비용의 대가가 조금 크게 느껴진다. 이미 서명하고 계약은 시작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매달 꼬박꼬박 돈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와, 신용 점수 때문에 불안한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멘붕 왔었거든요.
냉장고 흠집 때문에 마음이 그랬던 게 맞네요. 좁은 공간에서 설치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 같아요.
월 납부금이 생각보다 적어서 다행이었어요. 5년 약정이 걱정되긴 하지만, 일단 필요한 가전제품을 바로 쓰고 싶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