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하나 바꾸는 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을 했는지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구형 공기청정기를 보면서 작년부터 바꿔야지, 생각만 했다. 요즘 삼성 가전 구독이니 뭐니 해서 주변에서 많이들 하길래 나도 한번 알아볼까 싶었다. 솔직히 목돈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서 일시불보다는 렌탈이나 구독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건데, 이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복잡하더라. 삼성 공기청정기 구독 서비스를 찾아보니 월 2~3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데, 이게 3년 약정인지 5년 약정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났다. 단순히 기계값만 따지면 일시불이 싼 건 알겠는데, 당장 통장에서 나가는 돈이 뭉텅이로 빠지는 건 또 마음이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팝업 스토어 가서 체험해 본다고 난리
지나가다 스타필드 안성 같은 데서 바디프랜드나 가전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 운영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때 상담 존에서 직원들이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 걸 멀찍이서 구경했는데, 방문 예약까지 해서 체험하면 기프티콘도 주고 혜택이 꽤 있나 보더라. 근데 나는 그게 참 쑥스럽다. 굳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상담받고 투표하고 음료권 받는 과정이 나한테는 너무 크게 다가온다. 그냥 조용히 인터넷으로 가격이나 비교하고 싶었는데, 렌탈 업체들 사이트 들어가 보면 죄다 ‘상담 신청’ 버튼만 크게 떠 있다. 전화를 걸어서 가격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진입장벽이다.
전화 한 통이면 다 된다는 말의 무게
요즘은 02-114 같은 곳으로 전화하면 에어컨 수리부터 제습기 렌탈까지 다 연결해 준다고 한다. 세상 참 편해졌지. 택시까지 대신 불러준다니 말 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게 조금 망설여진다. 뭔가 상담사가 내 위치를 파악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렌탈 상품을 추천해 주는 과정이, 나중에는 원치 않는 연락으로 돌아올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항상 있다. 그냥 툭 하고 눌러서 내 맘대로 쇼핑하고 결제 완료되는 그런 방식을 원하는 건데, 렌탈 시장은 아직도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저신용자도 된다는 광고 문구 뒤의 찝찝함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을 보면 ‘개인회생 중에도 정수기 렌탈 가능’, ‘저신용자 가능’ 이런 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월 납부 방법도 선택 가능하다고 해서 처음엔 솔깃했다. 초기 비용 부담이 없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긴 하니까. 그런데 막상 상세 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조건이 복잡하다. 보증금을 넣어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월 렌탈료가 생각보다 비싸지기도 한다. 이게 정말 나한테 이득인 건지, 아니면 결국엔 다 갚아야 할 빚의 일종인 건지 따져볼수록 머리만 아프다. 차라리 지금 있는 걸 조금 더 쓰다가 나중에 여유 생기면 새 거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
결국 아직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거실에 있는 공기청정기는 여전히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고, 나는 또 오늘 밤에도 핸드폰으로 모델명만 검색해 보고 있다. 렌탈이 좋을지, 그냥 카드 할부로 사는 게 마음 편할지, 아니면 당근마켓에서 상태 좋은 중고를 찾는 게 현명할지 결론이 안 난다. 누군가 옆에서 딱 정해주면 좋겠는데, 막상 누가 추천해주면 또 의심부터 할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을 길게 하는지, 나도 내가 참 피곤한 성격이다 싶다. 일단 이번 주말까지는 그냥 지금 있는 거나 잘 닦아서 써봐야겠다.

에어컨 수리부터 렌탈까지 연결해주는 서비스, 정말 편리하네요. 저는 이런 서비스에 맡기는 게 불안해서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 답답하더라고요.
공기청정기 렌탈 광고에서 상담 신청 버튼만 크게 떠 있는 걸 보니까, 뭔가 좀 부담되는 느낌이네요. 저는 직접 보고 비교하는 게 더 편해요.
정수기 렌탈 광고 보고 왠지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조건이 복잡하고, 결국 빚 늘어날까 봐 걱정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