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렌탈샵에 예약부터 걸어두기
사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소니 A6400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동네 산책이나 가볍게 찍는 용도라면 모를까, 이번에 친구 브이로그를 좀 도와주기로 하면서 마음이 급해진 거다. 평소에 렌탈샵이라고 하면 왠지 전문가들이나 가는 곳 같아서 괜히 주눅 들었는데, 막상 검색해보니 상암이나 강남 쪽에 생각보다 많더라. 결국 고민 끝에 소니 A7S3를 빌리기로 했다. A6400이랑은 아예 급이 다른 기기라는 건 영상 좀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테니까.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그래, 이 정도 장비면 결과물은 당연히 잘 나오겠지’ 싶었는데, 그게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대여 첫날부터 깨달았다.
렌탈샵에서 마주한 낯선 렌즈의 무게감
상암 근처에 있는 한 렌탈샵에 가서 기기를 수령하는데, 생각보다 대여료가 만만치 않다. 하루 렌탈비로만 십만 원이 넘게 나갔으니까. 사실 그 돈이면 그냥 싼 렌즈 하나를 중고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렌탈 샵 직원이 이것저것 챙겨주는데 렌즈까지 추가하니까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캐논 렌즈랑 비교하면 뭐가 더 낫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익숙한 소니 마운트가 편할 것 같아서 바디랑 렌즈까지 싹 빌렸다. 빌릴 때는 당당하게 ‘이거면 충분하겠네요’ 했는데, 막상 가방에 넣고 보니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이걸 들고 하루 종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집에서 시도해 본 세팅의 늪
집에 와서 배터리 충전하고 이것저것 눌러보는데, 평소 쓰던 설정이랑 완전히 다르다. 분명 소니 카메라니까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버튼 위치부터 인터페이스까지 어딘가 미묘하게 낯설다. 로그 촬영이니 뭐니 공부하느라 새벽 2시까지 유튜브를 뒤졌다. 분명 ‘입문용으로도 최고’라고 해서 빌렸는데, 내 손에는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특히나 오토포커스 잡는 것도 내가 알던 방식이랑 달라서 계속 헤맸다. 촬영을 당장 내일 해야 하는데, 카메라가 나를 다루는 건지 내가 카메라를 다루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태로 밤을 새웠다. 이게 과연 렌탈한 가치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촬영 현장에서 느낀 묘한 불편함
다음 날 촬영 현장에 나갔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변수였다. 밖에서 촬영하는데 기계가 너무 무거워서 손이 다 떨렸다. 친구는 뒤에서 ‘역시 비싼 카메라라 색감이 다르네’라고 하는데, 나는 찍으면서도 ‘이게 제대로 찍히고 있는 건가’ 싶어서 노심초사했다. 렌탈샵에서 빌려온 장비니까 혹시라도 떨어뜨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촬영 내내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예전에는 그냥 스마트폰이나 가벼운 미러리스로 찍을 때는 신경 안 쓰던 렌즈 먼지나 노이즈까지 계속 신경 쓰이더라. 결과물을 확인할 때까지도 찜찜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다.
장비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의 허탈함
촬영을 마치고 렌즈를 닦아서 반납하는데, 다시는 이렇게 빌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렌탈비에 보증금까지 묶여 있으니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확실히 영상 퀄리티는 좋았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과한 장비였다. 반납하고 나오는데 그냥 몸이 가벼워지는 게 세상 제일 좋더라. 롯데하이마트 같은 데서 잠깐 만져보는 거랑, 실제로 하루 종일 짊어지고 다니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다음에도 촬영 기회가 생기면 그냥 내 카메라로 찍고 후보정을 더 열심히 하는 쪽을 택할 것 같다. 아니면 아예 더 가벼운 걸 빌리거나. 확실한 건, 나한테는 고가의 장비가 주는 압박감이 결과물보다 더 컸다는 점이다.

새벽 2시에 유튜브 보고 있은 거 완전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시간까지 영상 보면서 설정 찾아다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