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를 고민하게 된 사소한 계기
결혼하고 2년 동안은 줄곧 2리터 생수를 사서 마셨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마트 갈 때마다 두 묶음씩 집어오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이게 쌓이니까 보통 일이 아니더라. 특히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현관 앞에 줄 서 있는 페트병들이 왠지 모르게 보기 싫어졌다. 무엇보다 퇴근하고 목말라서 냉장고 열었는데 생수병이 비어있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결국 정수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렌탈료가 매달 3~4만 원씩 나가는 게 아까워서 고민을 꽤 오래 했다. 현금 지원 같은 거 찾아보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려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관뒀다.
덩치 큰 정수기는 애초에 탈락
우리 집 주방은 워낙 좁아서 덩치 큰 모델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예전에 친정에서 쓰던 물탱크 있는 정수기는 너무 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무조건 얇고 작은 걸로 찾았다. 코웨이 한뼘 정수기 같은 것도 옛날에 유명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요즘 나오는 직수형들이 확실히 슬림하긴 하더라. SK매직에서 나온 올 스테인리스 모델도 봤는데, 이게 물이 지나가는 관이 플라스틱이 아니라는 점이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가격은 월 2만 원 후반대였는데, 생수 사는 비용이랑 비교하면 엇비슷한 것 같아서 그냥 질러버렸다. 설치 기사님이 오셨을 때 우리 집 싱크대 상판이 좁아서 어디 둘지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 구석 자리에 간신히 안착했다.
셀프 관리가 생각보다 귀찮을 때도 있다
처음엔 ‘셀프 관리형’으로 하면 렌탈료가 좀 더 싸다고 해서 그걸로 할까 고민했다. 직접 필터 갈고 뭐 그런 게 어렵지 않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똥손이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방문 관리 모델로 선택했는데, 기사님이 3~4개월에 한 번씩 오시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다.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 자체가 좀 그렇달까. 오시는 날짜 맞추려고 일정 조정하는 것도 일이다. 기사님이 오시면 스테인리스 관을 세척해주시긴 하는데, 매번 올 때마다 내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게 의외의 스트레스 요소였다. 다음번에는 진짜 그냥 내가 필터 갈아 끼우는 걸로 할까 싶기도 한데, 막상 필터 교체 영상 찾아보면 또 귀찮아질 것 같아 망설여진다.
직수형의 소소한 불편함
직수형이 위생적이라고 해서 샀는데, 가끔 물을 받을 때 소음이 꽤 크다. 처음에 설치했을 때는 ‘위잉-‘ 하는 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서 고장 난 줄 알았다. 그리고 냉수 온도가 물탱크형만큼 엄청 차갑지 않다. 이게 직수로 바로 뽑아내는 거라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여름에 얼음 가득 넣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해 마시려는데 물이 미지근하면 짜증이 확 올라온다. 결국 얼음 정수기를 살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또 얼음 정수기는 렌탈료가 4~5만 원대로 훌쩍 뛰니까 포기했다. 지금은 그냥 얼음 틀에 얼려서 먹고 있는데, 매번 얼음 얼리는 것도 꽤 노동이다.
여전히 남는 물음표
정수기 설치하고 나니 페트병 쓰레기 안 나와서 속은 시원하다. 물 마시는 것도 확실히 편해졌고. 그런데 이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편은 굳이 이렇게 매달 돈 내면서 써야 하냐고 가끔 툴툴거린다. 필터 값이랑 렌탈 비용 다 따지면 생수 사 먹는 게 더 쌀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밤에 목말라서 깼을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물이 나오는 그 편리함 하나 때문에 차마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에도 또 통장에서 렌탈료가 빠져나갈 텐데, 그럴 때마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가도 또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면 그냥 잊어버리게 된다. 아마 정수기 계약 만료될 때까지는 그냥 이렇게 적응하며 살 것 같다.

생수 묶음만 사던 시절 생각하면 정말 공감되네요. 특히 쓰레기 버리는 날 페트병 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거,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