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던 렌탈
자취를 시작하면서 당장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니까 에어컨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중고로 살까 하다가 설치비니 이전비니 따져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TV 광고에서 보던 가전 렌탈이 떠올랐다. 요즘은 다이슨 청소기나 아이패드 같은 것도 렌탈로 쉽게 가져간다고 하길래, 그래 이거라면 목돈 안 들이고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겠다 싶었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 브랜드 제품도 렌탈이 된다는 걸 알고는 솔직히 좀 설렜다. 매달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만 내면 꽤 괜찮은 모델을 쓸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솔깃한가.
심사 과정에서 마주한 벽
문제는 역시 신용도였다. 사실 예전에 카드 대금을 몇 번 연체한 적이 있어서 내 신용 점수가 바닥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렌탈은 카드 할부랑은 다르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대형 렌탈 업체 사이트에 들어가서 에어컨 모델을 고르고 신청 버튼을 눌렀는데,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상담원은 아주 친절했지만, 내용물은 차가웠다. “고객님, 저희는 자체 심사 기준에 따라 신용 조회 절차가 진행되는데, 현재 조건으로는 렌탈 진행이 어렵습니다.” 딱 잘라 거절당하니 기분이 묘했다. 상담원은 보증금 이야기를 슬쩍 꺼내긴 했지만, 그럴 돈이 있으면 애초에 렌탈을 왜 하겠나 싶어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대안을 찾아 헤매던 시간들
그때부터는 ‘저신용 렌탈’이라는 검색어에 집착하게 되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뒤져보면 온통 ‘신용도 상관없이 당일 가능’이라는 광고성 글들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거의 대부분이 중고 제품이거나, 한 달 렌탈료가 새 제품 할부금보다 비싼 이상한 구조였다. 심지어 전기자전거 렌탈 같은 것도 알아봤는데, 약정 기간이 끝나면 기계값이 거의 정가의 두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냥 안 쓰고 말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이슨 청소기는커녕 선풍기나 하나 더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소규모 업체와 대형 업체의 간극
그러다 지인이 알려준 조금 작은 규모의 렌탈 업체를 한 곳 더 찔러봤다. 거기는 신용 점수를 덜 보는 대신 선납금을 꽤 많이 요구했다. 에어컨 한 대에 30만 원 정도를 먼저 넣으면 나머지 금액을 나눠서 낼 수 있다는 식이었다. 이건 렌탈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거의 할부 판매에 가까운 게 아닐까?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니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이 어마어마했다. 롯데렌탈이나 코웨이 같은 대형 기업들이 왜 그렇게 신용도를 깐깐하게 보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리스크를 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그 틈새를 작은 업체들이 비싼 이자를 붙여서 메꾸고 있는 형국이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
결국 에어컨은 렌탈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중고 거래 앱에서 작년 모델을 상태 괜찮은 걸로 하나 업어왔다. 직접 가지러 가느라 고생은 했지만, 렌탈 업체와 실랑이하며 신용 조회를 당하고 거절당할 때의 그 찜찜함보다는 훨씬 나았다. 맥북이나 고가의 가전이 렌탈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라지만, 내 경제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렌탈’이라는 단어는 나한테는 너무 먼 이야기였다. 지금도 가끔 TV에서 렌탈 광고가 나오면 그냥 채널을 돌린다.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너무 쫄아서 일을 크게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적어도 지금 당장은 가전 렌탈 시장의 문턱이 나 같은 사람한테는 상당히 높다는 거다. 며칠을 검색하고 고민한 게 허무할 정도로, 나는 결국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돌아왔다.

에어컨 렌탈 생각하는 거 공감해요. 제가 살 때도 초기 비용 때문에 고민 많이 했거든요.
보증금은 물론이고, 신용 때문에 결국 포기하셨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 특히 공감했어요.
에어컨 렌탈 생각하다가도 신용 점수 때문에 포기하는 거,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이해해요.
개인적으로 신용 점수 때문에 대기만 하다 포기하는 경험, 나도 비슷한 적이 있어서 공감돼. 특히 업체마다 심사 기준이 다른 게 더 답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