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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데스크탑 렌탈 괜히 했다 싶은 순간들

처음에는 디자인과 후배들을 불러서 프로젝트를 좀 크게 해보려고 했다. 말이 거창하게 신사업이지, 사실은 소소하게 외주를 좀 받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문제는 당장 쓸만한 컴퓨터였다. 다들 노트북은 하나씩 들고 있는데, 뭔가 결과물을 뽑아내려면 제대로 된 데스크탑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전주 어디쯤에서 홈페이지 제작을 하던 지인한테 물어봤더니, 요즘은 굳이 다 사지 말고 렌탈을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헬로우렌탈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60개월의 늪과 월 납입금의 함정

월 9만 7천 원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만 해도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감이 잘 안 왔다. 그냥 커피값 몇 잔 아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게 60개월 약정이라는 걸 나중에야 실감했다. 매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1년쯤 지나니까 이게 내 물건도 아닌데 꼬박꼬박 돈을 내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가끔은 그냥 중고라도 사서 굴리는 게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5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그 기간 동안 똑같은 사양의 데스크탑을 계속 써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더 답답하다. 기술은 계속 바뀌는데 기계는 그대로니까 나중에는 그냥 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홈페이지 제작과 장비의 상관관계

사실 장비를 렌탈한다고 해서 홈페이지 제작 실력이 획기적으로 느는 건 아니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괜히 좋은 모니터와 본체를 빌려놓으면 뭔가 전문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바이오 관련 홈페이지 제작 건을 하나 따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는데, 막상 렌탈한 기계로 작업을 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문제가 또 걸렸다. 렌탈 기기에는 기본적인 프로그램만 깔려있으니까, 내가 필요한 툴을 하나하나 설치하고 세팅하는 데만 꼬박 며칠이 걸렸다. 렌탈이 다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던 건 내 오산이었다.

소규모 사무실에서 겪는 의외의 불편함

사무실이 좁아서 그런지 이 데스크탑들이 차지하는 부피가 상당하다. 렌탈한 장비가 도착했을 때의 그 묵직한 박스들을 뜯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새 장비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냥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애물단지다. 어디를 옮기려고 해도 선 정리가 너무 복잡해서 엄두가 안 난다. 최근에 뉴스에서 휴대폰 렌탈 계약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한다는 기사를 보고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가전 렌탈을 한 거지만, ‘렌탈’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제는 왠지 모르게 복잡한 계약 관계를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편치 않다.

끝나지 않는 약정 기간에 대하여

벌써 2년이 넘게 지났다. 남은 기간을 계산해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간에 해지하려고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위약금 얘기가 나오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냥 얌전히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나 싶기도 하다. 확실한 건, 다음번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는 절대 60개월 단위의 계약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냥 내 돈 주고 사서 쓰고, 필요 없으면 당근에 팔아버리는 게 정신건강에는 훨씬 이로울 것 같다. 지금도 책상 밑에서 윙윙거리는 본체 소리를 들으면, 이게 내 건지 빌린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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