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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하나 빌리는 게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지

자취 시작하면서 세탁기랑 씨름했던 기억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세탁기를 사야 하나 아니면 렌탈을 해야 하나 고민을 엄청 했다. 당장 나가는 돈이 부담스러워서 렌탈 사이트를 몇 군데 기웃거렸는데, 솔직히 처음에 생각한 거랑 실제 서비스 받는 거랑 차이가 좀 컸다. 내가 처음에 렌탈을 택한 이유는 월 2만 원대라는 숫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계약하려니 등록비니 설치비니 해서 초기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설치 기사님이 오시는 날도 문제였다. 평일에만 시간이 된다고 하셔서 회사 눈치 보면서 연차를 쓰고 집에 앉아 있었는데, 정작 오신 분은 10분 만에 설치 끝내고는 설명도 없이 그냥 나가시더라. 그때는 내가 뭘 잘 모를 때라 나중에 세탁기 거름망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 필터는 언제 갈아야 하는지 나중에 따로 찾아보느라 고생했다.

렌탈 계약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서 당황했다

렌탈 계약이라는 게 한번 도장을 찍으면 3년에서 5년은 그냥 묶이는 구조더라. 그게 처음에 계약할 때는 몰랐는데, 이사 갈 때마다 아주 골칫덩이다. 이번에 집을 옮기면서 렌탈 제품을 이전 설치하려니까 비용이 거의 7만 원에서 10만 원 가까이 나오더라. 새로 사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매달 꼬박꼬박 렌탈료를 내면서도 내 물건 같지 않은 이 기분이 묘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중도 해지 위약금 문제로 고생한 사람들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그냥 끝까지 쓰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만 하고 버티고 있다. 어떤 날은 세탁기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올라와서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필터 문제는 사용자가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서비스 노하우가 많다더니, 내 세탁기에는 해당이 안 되는 건가 싶어 좀 허탈했다.

음식물 처리기까지 빌려볼까 했던 마음의 결말

요즘은 또 음식물 처리기가 그렇게 좋아 보였다. 코웨이 같은 곳에서 나오는 신제품들을 보면 고온 건조니 탈취니 광고를 엄청 하니까 나도 모르게 ‘이거 하나 있으면 삶의 질이 달라지겠지’ 싶었다. 월 렌탈료도 3만 원 초반대면 지금 내 점심값보다 싼 것 같고. 그런데 막상 상세페이지를 보다가 멈칫했다. 이것도 결국 자가 관리 모델이라 내가 직접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렌탈을 하는 이유가 편하려고 하는 건데, 결국 내가 관리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에어컨 렌트도 한 번 고려했었는데, 여름철만 지나고 나면 덩그러니 놓여있는 실외기랑 본체를 볼 때마다 이게 내 선택이 맞았나 싶다.

정수기 물에서 가끔 이상한 느낌이 들 때

지금 집에 정수기를 빌려서 쓰고 있는데, 가끔 물 색깔이 살짝 노란 것 같기도 하고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게 필터 때문인지 아니면 내 기분 탓인지 알 길이 없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항상 ‘엔지니어를 보내겠다’고 하는데, 평일에 시간 내기가 진짜 어렵다. 결국 주말에 오시게 하려면 또 추가 요금을 내거나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기사님이 오셔서 정수기를 봐주시면 그냥 ‘이상 없습니다’ 하고 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나는 ‘아, 그냥 내가 예민한 건가’ 하고 넘어가게 된다. 서비스 기사님이 오신 김에 꼼꼼히 봐주시면 좋겠는데, 요즘은 다들 바쁘셔서 그런지 짧게 끝내고 가시려는 게 눈에 보인다.

애매하게 남은 계약 기간을 보며

남은 기간이 이제 1년 조금 넘었다. 처음에는 렌탈이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계산해 보니 그냥 처음부터 싼 가전제품을 하나 사서 막 쓰다가 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달 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자동이체 내역을 볼 때마다, 이 기계가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꾸 상기된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해지하자니 위약금이 무섭고, 계속 쓰자니 성능은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다. 노트북 구독 같은 것도 유행이라는데, 그것도 해보면 또 비슷하게 이런저런 불편함이 생기지 않을까. 결국 렌탈이라는 게 편리함과 불편함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다음에 또 가전을 들이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렌탈을 선택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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