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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으로 편해질 줄 알았던 고양이 모래가 현관 구석의 짐이 되기까지

매번 무거운 모래를 사서 나르는 일의 번거로움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사료보다 더 신경 쓰이게 되는 게 모래다. 처음에는 그냥 마트나 인터넷에서 대충 후기 좋은 걸로 주문해서 썼는데, 이게 은근히 무게가 상당해서 들고 들어오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특히 퇴근길에 택배 상자가 문 앞을 꽉 막고 있으면 집 안으로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우리 집 고양이는 또 먼지가 조금만 나도 눈곱이 끼고 재채기를 해대서 먼지없는고양이모래 제품을 찾느라 유목민 생활을 꽤 오래 했다. 좋다는 고양이벤토나이트 모래 브랜드는 다 써봤는데 매번 주문하는 시기를 놓쳐서 화장실 모래가 바닥을 보일 때쯤에야 급하게 주문하곤 했다. 매번 깜빡하는 나 자신한테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정기구독 서비스라는 걸 알아보게 되었다.

쿠팡 대량 구매와 정기 배송 사이에서의 고민

예전에는 생필품이나 생수 정도만 정기 배송으로 받아봤지, 고양이 모래까지 정기적으로 구독해서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보통 쿠팡에서 3포짜리 묶음으로 매번 검색해서 최저가를 찾아 구매하곤 했는데, 이것도 매월 가격 변동이 심해서 살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이용해 본 모래정기구독 서비스는 한 달에 대략 32,000원 정도 하는 가격대였는데, 매번 직접 찾아서 결제하는 번거로움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단품으로 가장 쌀 때 사는 것보다는 몇 천 원 정도 더 내는 셈이지만, 깜빡하고 모래를 못 사서 고양이 화장실을 못 갈아주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오피스텔 현관에 쌓이기 시작한 모래 상자들

하지만 구독을 시작하고 나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내가 사는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봉천동의 오래된 빌라 2층인데, 계단이 좁아서 택배 상자가 오면 문 앞에 바로 놓이게 된다. 모래 상자가 크고 무겁다 보니 택배 기사님이 문 앞 좁은 계단참에 두고 가시면 옆집 이웃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번 4주 주기로 칼같이 배송이 오는데, 내가 집을 이틀 정도 비우거나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그 무겁고 커다란 상자가 좁은 복도를 종일 차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한 번은 퇴근하고 올라오는데 옆집 사람이 지나가기 힘들었다는 뉘앙스로 넌지시 이야기를 해서 엄청 무안했던 기억이 있다. 택배함이 따로 있는 아파트라면 몰라도 복도가 협소한 빌라에서는 이 배송 주기가 오히려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카사바와 벤토나이트 비율을 맞추는 복잡한 과정

게다가 고양이 모래라는 게 계절이나 고양이의 컨디션에 따라 소비 속도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여름에는 냄새 때문에 화장실 모래를 더 자주 전체 갈이 해주게 되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덜 갈아주게 되는데 구독 서비스는 기계처럼 4주마다 똑같은 양을 보내준다. 벤토나이트 모래에 가필드 카사바모래 제품을 섞어 쓰는 일명 ‘꿀조합’을 시도해 보느라 카사바 모래도 따로 구독해서 섞어봤는데, 비율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어떤 달에는 벤토나이트가 너무 많이 남고, 어떤 달에는 카사바가 모자라서 결국 따로 추가 주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정기구독을 하면 신경 쓸 일이 아예 없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남은 모래 재고를 보며 다음 결제일을 조정해야 하는 귀찮은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정기 결제 날짜와 고양이 화장실 청소 주기의 어긋남

제일 골치 아픈 건 모래 전체 갈이 타이밍과 배송일이 안 맞을 때였다. 고양이 화장실 두 개를 싹 비우고 새 모래를 채워야 하는데, 배송일이 3일 정도 지연된다는 문자라도 받으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초조해진다. 낡은 모래를 며칠 더 쓰자니 냄새가 나고, 그렇다고 당장 쓰지도 않을 모래를 미리 한 달 전부터 쟁여두자니 좁은 공간에 모래 쌓아둘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 보니 결국 구독 주기를 3주로 줄였다가, 또 모래가 너무 많이 남아서 다음 달 배송을 미뤘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쯤 되니 내가 편하자고 신청한 정기 배송인데 앱에 들어가서 배송 연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요즘에는 가전제품구독 서비스나 커피구독 같은 것도 유행이라는데, 모래처럼 부피가 큰 생필품은 확실히 자기 공간의 한계를 고려해야 하는 것 같다.

결국 구독을 일시 정지하고 남은 모래를 쳐다보는 상태

결국 지난달에 모래정기구독 서비스를 일단 일시 정지해 둔 상태다. 지금 베란다 구석에는 제때 다 쓰지 못해 쌓여 있는 카사바 모래 두 포대와 벤토나이트 한 포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걸 다 쓰고 나서 다시 구독을 재개할지, 아니면 귀찮더라도 그냥 예전처럼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단품으로 주문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정기적으로 배송을 받는 편리함은 분명히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 재고를 관리해야 하는 귀찮음과 배송 시기의 미묘한 엇갈림이 주는 피로감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남은 모래를 보면서 다음 주쯤에는 전체 갈이를 해줘야 할 텐데, 그때 가서 또 모래가 부족하면 어쩌나 하는 사소한 걱정을 여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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