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에 들어오면서 가전제품을 하나씩 골랐는데, 생각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거다. 처음에는 그냥 다 사버릴 생각으로 유명한 대형 가전 매장에 가서 견적을 뽑아봤는데, 상담해주시는 분이 친절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주시다가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즘은 그냥 삼성전자 구독 서비스 같은 걸로 한꺼번에 빌려서 쓰는 분들도 많다고.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괜히 남의 것 빌려 쓰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이자나 렌탈료 같은 걸 생각하면 결국 사는 것보다 손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으니까.
덜컥 구독을 선택하게 된 날들
결국 살림을 차리고 보니 예상보다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았다. 은행에서 창업대출을 알아보고 서류 떼러 다니면서 기운이 다 빠졌는데, 냉장고랑 세탁기를 한꺼번에 긁으려니 손이 떨렸다. 그때 뽐뿌 같은 커뮤니티에서 정수기 렌탈이나 가전 대여 정보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월 5만 원, 7만 원씩 내면서 한꺼번에 큰돈 안 나가게 하는 게 당장 우리 형편에는 맞겠다는 결론이 났다. 솔직히 말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그냥 당장의 현금 흐름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모든렌탈이나 모스트엑스 같은 업체들도 다 알아봤는데, 결국 그냥 삼성전자 공식 구독으로 밀어붙였다. 그게 속 편할 것 같아서였다.
설치 과정에서 느꼈던 미묘한 불편함
제품이 들어오는 날, 기사님들은 참 친절하셨다. 그런데 막상 65인치 LG OLED TV랑 삼성 냉장고가 들어오니 거실이 꽉 찼다. 구독으로 하니까 매달 내야 하는 돈이 고정적으로 잡히는데, 이게 은근히 심리적인 압박이 있다. 내가 내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서비스 이용료를 내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좀 묘하다. 게다가 요즘은 가전마다 디지털 보증서니 뭐니 해서 네이버 앱으로 관리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게 편하긴 한데 가끔은 좀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냥 전원 켜고 작동만 잘하면 그만인데, 무슨 구독 기간 확인하고 매달 결제일 챙기고 하는 일들이 가전제품을 들이는 목적보다 더 커진 기분이다.
렌탈 기간과 고민의 무게
대부분 3년에서 5년 정도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이사를 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담할 때는 이사 가도 다 옮겨주고 재설치 해준다고는 하는데,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나 수고를 생각하면 벌써 피곤하다. 주변 친구들은 그냥 일시불로 다 사고 카드 할부 혜택을 받는 게 훨씬 낫다고 하는데, 이미 구독을 시작한 마당에 마음을 돌리기도 어렵다. 가전 하나 들이는 게 무슨 큰 사업 하는 것처럼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경동나비엔이나 다른 기업들도 보일러부터 가전까지 구독 모델을 엄청 밀고 있다는데, 세상이 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지 가끔은 적응이 안 된다.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결론
지금도 매달 카드 명세서에 찍히는 구독료를 보면 ‘아, 내가 잘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일시불로 1,000만 원 가까이 썼으면 당장 다음 달 카드 값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분명히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끝까지 내 소유가 아니라는 느낌 때문에 소중히 다루면서도 한구석에는 찝찝함이 남아있다. 그냥 빌려 쓰는 거니까 나중에 반납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지내려고 노력 중이다. 남들은 이 과정이 합리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이게 소비의 새로운 방식인지 아니면 그냥 빚을 나누어 갚는 방식인지 헷갈린다. 5년 뒤에 이 가전들을 다 반납할지, 아니면 인수해서 계속 쓸지 벌써부터 고민하는 내 자신이 좀 웃기기도 하다. 그냥 고장 없이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건데, 너무 많이 생각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