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뽑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작은 사무실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정말 별의별 일을 다 하게 된다. 처음에는 CS(고객 서비스) 정도야 대표인 내가 직접 받거나, 알바생 한 명 구해서 옆에 앉혀두고 그때그때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단순 문의보다 복잡한 요구 사항이 훨씬 많았다. 특히나 서비스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니까 틈만 나면 울리는 전화기 소리가 노이로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좀 늘어나서 전담 인력을 뽑으려 공고를 올렸는데, 지원자조차 잘 안 오고 막상 면접 본 사람들도 며칠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사실 나라도 그 조건에 그 업무 강도면 오래 안 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다 우연히 마케팅 커뮤니티에서 콜센터 아웃소싱 이야기를 보게 됐고, 그게 고통의 시작인지 탈출구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알아보게 되었다.
대형 업체는 문턱부터 높았다
효성ITX나 제니엘그룹 같은 곳들을 이름은 익히 들어봤다. 업계에서 꽤 알아주는 BPO 기업들이라길래 무작정 상담 문의를 넣었다. 근데 대화를 해보니 이게 웬걸, 우리 같은 작은 규모는 아예 상대조차 안 해주는 분위기였다. 규모의 경제라는 게 여기서도 작용하는구나 싶었다. 최소 몇십 명 이상의 인원이 배정되어야 수익이 맞는다나. 우리가 필요한 건 고작해야 2~3명 수준인데, 상담원 채용부터 교육, 관리까지 전부 커버하는 서비스는 월 단위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한 달에 몇백만 원은 우습게 깨지는 견적을 받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서비스 유지비인지, 아니면 그냥 내 월급을 고스란히 헌납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상담원 한 명당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관리 비용이 책정되니, 우리 같은 작은 팀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챗봇과 AI가 구원일 줄 알았다
사람 쓰기가 너무 비싸서 요즘 유행한다는 AICC, 그러니까 AI 상담 솔루션 쪽으로 눈을 돌렸다. 요새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도 AI 에이전트를 쓴다길래, 우리도 챗봇을 달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개발 지식이 좀 있는 동료가 붙어서 API를 연동하고 시나리오를 짰다. 처음에는 기특하게도 질문에 답을 잘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기타’ 항목이었다. 우리 고객들이 묻는 질문은 챗봇의 알고리즘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번 예상을 빗나갔다. ‘배송이 왜 이렇게 늦냐’는 질문은 잘 처리하다가도, 갑자기 서비스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거나 화를 내는 고객을 만나면 챗봇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답변을 들은 고객이 더 화가 나서 ‘상담원 연결’ 버튼을 연타하는 모습을 채팅창으로 지켜보고 있자니 뒷목이 당겼다. 결국 AI는 1차 필터링 역할밖에 못 한다는 걸 깨닫는 데 딱 한 달이 걸렸다.
상담 기록을 남기는 게 더 무서워졌다
전화 통화 녹음이나 상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모든 통화를 기록하고 보관해야 한다고 해서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이게 관리가 보통 일이 아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이걸 누가 다 검토하나 싶고, 혹시라도 개인정보가 섞인 녹음 파일이 어디 유출이라도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24시간 나를 따라다녔다. 콜백 서비스도 신청해서 놓친 전화가 없게 만들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객은 이미 화가 다 풀린 뒤거나, 혹은 다른 경쟁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서였다. 타이밍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 아웃소싱 업체랑 계약서를 쓸 뻔하다가 그만둔 이유 중 하나도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 내 고객 정보가 외주 업체의 서버로 넘어간다는 게 왠지 모르게 찜찜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사인을 못 하겠더라.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지금은 어쩌고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딱히 나아진 건 없다. 아웃소싱은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사람을 직접 뽑기엔 관리가 안 되고, AI는 아직 사람의 감정을 읽기엔 너무 차갑다. 오늘도 상담원 연결 요청이 3건 들어왔는데, 결국엔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대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떼는 순간, 내가 왜 처음에 이 사업을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분명 효율을 높이려고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정작 내 업무는 기술을 관리하는 것과 불만 고객을 달래는 일 사이에서 더 꼬여버린 것 같다. 내일은 또 다른 콜센터 대행업체에서 보낸 메일이 와 있겠지. 그걸 열어볼지 말지 고민하는 지금 이 시간이 사실 제일 피곤하다. 아마 다음 달에도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업체 규모 때문에 서비스 이용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작은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더 절실히 느꼈습니다.
챗봇의 한계가 생각보다 컸네요. 저희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결국 아웃소싱을 고려하게 됐는데,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많더라고요.
AI가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갇혀서 고객 불만을 더 키우는 걸 보니까, 시스템 도입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