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렌탈료 계산하다가 갑자기 현타가 왔다
주방에 정수기를 놓을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만 거의 한 달은 보낸 것 같다. 처음에는 당연히 렌탈이 마음 편할 거라 생각했다. 매달 3만 원에서 4만 원 정도 내면 관리도 해주고, 고장 나면 고쳐주니까 속 편하지 않나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청호나이스 같은 곳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좀 이상했다. 5년 의무 약정 기간 동안 내는 총 금액을 합쳐보니까 이게 적게는 1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 가까이 나오더라. 물론 필터 교체나 방문 케어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내가 매달 고정 지출을 늘리는 게 잘하는 짓인가 싶었다. 특히 여름만 되면 얼음정수기 노래를 부르는 남편 때문에 ‘더 엠(The M)’ 같은 모델을 눈여겨봤는데, 렌탈료를 보니 뭔가 묘하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한 번에 낼 거 다 내고 마음 편히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일시불 할인 쿠폰의 유혹과 결제 순간
결국 마음을 굳힌 건 네이버 브랜드데이였나, 그날 뜬 할인 행사 때문이었다. 렌탈료 면제니 뭐니 해도 어차피 내 돈 나가는 건 매한가지인데, 일시불로 사면 최대 15% 할인 쿠폰을 준다는 말에 혹했다. 쿠쿠 CP-AHS100HEB 모델이랑 고민하다가 결국 얼음 기능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결제를 마쳤다. 사실 일시불이 좋긴 한데, 처음 샀을 때 한꺼번에 나가는 목돈은 좀 부담스럽긴 하다.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한 번에 결제 버튼 누를 때는 손가락이 조금 떨리더라. 이게 맞는 선택인가 싶기도 하고, 나중에 관리 안 돼서 쩔쩔매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됐다. 그래도 약정 기간 동안 묶여서 매달 통장 빠져나가는 거 확인하는 스트레스는 없겠다 싶어서 눈 딱 감고 결제했다. 배송받기 전까지도 취소할까 말까 수십 번 고민했던 것 같다.
설치하고 나니 주방이 꽉 차는 느낌
막상 제품이 집에 도착해서 설치 기사님이 오셨을 때는 예상보다 더 커서 당황했다. 인터넷 상세페이지로 볼 때는 아주 컴팩트해 보였는데, 우리 집 싱크대 옆에 두니까 자리를 꽤나 차지한다. 얼음 기능이 들어가서 그런지 확실히 일반 정수기보다는 부피감이 있다. 기사님은 친절하게 설치해주시고 설명도 해주셨는데, 막상 설치하고 나니 주방 동선이 좀 좁아진 느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이즈를 한 번 더 재볼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정수기 하나 들어왔다고 주방 인테리어가 확 바뀌는 것도 아닌데, 괜히 조리 공간만 좁아진 것 같아서 처음 며칠은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냉온수 기능은 잘 되는데 얼음 나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긋해서, 성격 급한 사람은 좀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관리하는 게 정말 나을까에 대한 의문
일시불로 사면 관리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필터도 직접 사서 갈아야 하고, 내부 청소도 주기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이게 참 애매하다. 렌탈하면 매달 관리사가 와서 해주니까 편하긴 한데, 일시불로 샀으니 이제 모든 게 내 몫이다. 유튜브 찾아보면서 필터 교체 영상을 몇 번이나 봤는데, 막상 해보려니 복잡해 보인다. 게다가 얼음 트레이는 생각보다 청소하기가 꽤 귀찮다. 물때 안 끼게 관리하려면 부지런을 좀 떨어야 하는데, 내가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일단 그냥저냥 쓰고 있는데, 한 6개월 지나고 나면 필터 교체하느라 낑낑대고 있을 내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렌탈 업체에 돈 주고 관리 서비스만 따로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봐야 하나 싶다.
결국 정답은 없는 것 같다는 결론
지금까지 사용해본 느낌으로는 ‘속은 시원한데 몸은 좀 피곤하다’는 거다. 약정 노예에서 벗어나서 일시불로 산 건 후회 안 한다. 매달 나가는 통장 내역 보면 마음이 편하니까. 하지만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이나 생각보다 큰 덩치 때문에 가끔은 렌탈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알칼리 이온수기나 일반 냉온 정수기처럼 더 단순한 모델을 샀더라면 관리가 좀 쉬웠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어쨌든 얼음은 매일 잘 나오고 있으니 그걸로 위안 삼고 있다. 정수기 하나 들이는 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 고민했나 싶지만, 막상 들여놓고 보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크게 후회하지도 않는 딱 중간쯤의 기분이다. 다음에 또 정수기를 사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디자인보다 필터 교체하기 쉬운 모델로 골라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당분간은 지금 있는 거나 고장 안 나게 잘 써야지.

얼음 기능 때문에 공간 때문에 고민이 더 커지네요. 유튜브 영상 보면서 혼자 해결하려는 사람 많던데, 생각보다 꽤 복잡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