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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빌린 오구라 펀칭기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날

갑작스러운 타공 작업과 장비 고민

현장 일이라는 게 다 그렇다. 처음부터 계획이 완벽하게 짜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 어제는 갑자기 H빔 10t짜리를 타공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원래는 근처 철물점에서 탁상 드릴을 빌리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다. 왠지 중간에 멈춰버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고민하다가, 결국 업체 사장님 추천으로 오구라 충전식 유압펀칭기라는 걸 빌려왔다. 모델명은 N209WDT라고 했던 것 같다. 들었을 때는 엄청 가볍고 좋다고 해서 솔직히 조금 기대했다.

11kg의 무게가 주는 현실적인 피로감

빌려올 때 사장님이 11.3kg 정도 된다고 가볍다고 하셨는데, 막상 작업 시작하고 30분 지나니까 팔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들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정확한 위치에 딱 맞춰서 펀칭을 하려니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갔다. 어깨랑 팔 근처가 뻐근해지는데 이게 마냥 편한 공구는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전기가 없는 현장 구석에서 작업해야 해서 충전식이라는 점은 정말 다행이었는데, 막상 배터리 교체 타이밍이 겹치면 흐름이 툭툭 끊기는 게 은근히 사람 짜증 나게 만든다. 콤팩타나 바닥연삭기 같은 큰 장비들 빌릴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이런 손 공구가 집중력을 더 많이 요구하는 것 같다.

작업 속도와 정밀함 사이의 미묘한 차이

그래도 다행인 건 구멍은 아주 깔끔하게 뚫린다는 거다. 예전에 써봤던 저가형 드릴로 10t짜리 잔넬을 뚫으려다가 비트만 다 망가뜨린 적이 있는데, 확실히 유압 방식이라 그런지 힘이 다르긴 하다. 가격대를 물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렌탈로 빌려 쓰길 잘했다 싶었다. 사장님한테 들어보니 이거 하나 장만하려면 꽤 큰돈이 든다던데, 매일 쓰는 게 아니면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리는 비용은 하루 렌탈 기준으로 5만 원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고생을 조금 덜 한다는 대가로 적당한 건지 아니면 조금 비싼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콤비롤러와 도로컷팅기가 생각나던 시간

작업 중간에 잠깐 쉬면서 근처에 세워둔 1톤 로라랑 도로컷팅기를 멍하니 쳐다봤다. 예전에 바닥 마루철거기계 빌려서 고생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결국 다 기계 힘을 빌려서 하는 일인데, 왜 유독 오늘따라 이 작은 펀칭기가 더 힘들게 느껴졌을까. 아마도 타공 위치를 수동으로 계속 맞춰야 하는 긴장감 때문이었을 거다. 콘크리트절단기처럼 쭉 밀고 나가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멈춰 서서 구멍을 확인해야 하니 작업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디게 느껴졌다. 그래도 현장 상황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불만은 없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글쎄, 장비를 더 능숙하게 다룰 자신이 있는지 살짝 의문이다.

작업이 끝나고 난 뒤의 찝찝함

해 지기 직전에 겨우 끝냈다. 기계 반납하러 가면서도 계속 손에 쥐가 난 것 같아서 좀 고생했다. 깨끗하게 뚫린 구멍들을 보니까 뿌듯하긴 한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일은 또 무슨 장비를 챙겨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오구라 펀칭기가 나쁜 기계는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빈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번에는 그냥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드릴링 머신이 있는 공장으로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막상 또 현장 상황 닥치면 다시 이걸 빌리러 가겠지만 말이다. 오늘 저녁은 왠지 몸이 무거워서 밥도 잘 안 넘어갈 것 같다. 아무튼 무사히 끝냈으니 그걸로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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