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덩치가 큰 기계가 들어왔을 때의 당혹감
한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사무실용으로 쓰던 큼지막한 복합기를 집으로 들였다. 예전에는 근처 편의점에 있는 무인 복합기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는데, 이게 급할 때마다 찾아가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주민등록등본 하나 뽑으려 해도 비 오는 날이면 나가기 싫고, 가끔 프린터가 고장 났다는 메시지가 떠 있으면 허탕 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냥 월 렌트비를 조금 내더라도 집에 하나 두는 게 속 편하겠다 싶어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그런데 막상 설치 기사님이 오셔서 그 거대한 삼성 A3 복합기를 거실 한쪽 구석에 놓아주시는 걸 보니 덜컥 겁이 났다. 덩치가 너무 컸다. 가정용으로 쓰기엔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잉크보다 관리하는 게 더 일이었던 나날들
처음에는 단순히 ‘이제 편하게 뽑겠구나’ 싶었다. 예전에 친구가 캐논 복합기 렌탈을 한다길래 옆에서 구경할 때는 그저 기계가 알아서 잘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렌탈 기기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프린터 용지가 떨어지면 채워야 하는 건 당연한데, 가끔 토너 가루가 날리거나 폐토너 통을 비워달라는 경고등이 뜨면 괜히 눈치가 보였다. 기사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시긴 하는데, 내가 매번 전화하는 것도 진상인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기계가 멈출까 봐 조마조마했다. 렌탈 비용으로 매달 7만 원 정도가 빠져나가는데, 이 금액이 적은 건지 많은 건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잉크젯 프린터 사서 매번 카트리지 갈아 끼우는 스트레스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위안할 뿐이다.
소음과 공간 그리고 어정쩡한 만족감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밤늦게 문서 작업을 할 때 들리는 그 기계적인 소음이다. 예전에 쓰던 작은 가정용 레이저 컬러 프린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예열하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는데, 고요한 밤에 혼자 일을 하고 있으면 꼭 무슨 공장에 출근한 기분까지 든다. 그래도 가끔 출력물 결과물을 보면 쨍하게 잘 나오긴 한다. 가끔 B4 용지로 문서를 뽑아야 할 일이 생기는데, 일반 가정용 기기로는 꿈도 못 꿀 일을 여기서는 버튼 하나로 해결하니 그건 좀 신기하다. 편의점 무인 서비스에서 팩스 보내고 스캔하느라 쩔쩔매던 기억을 떠올리면, 확실히 속도는 빠르다. 다만 이 커다란 덩치를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오버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소모품 주문과 애매한 잔여 업무
어제는 렌트 업체에서 정기 점검을 오셨다. 기사님이 능숙하게 부품을 몇 개 교체하시더니, 요즘은 FUJIXEROX 복합기 같은 거 찾는 사람도 많다고 넌지시 말씀하셨다. 나는 그냥 지금 쓰는 거 고장 안 나고 잘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는 문서 세단기까지 렌탈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보안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처분해야 할 서류가 쌓이다 보니 이걸 하나하나 손으로 찢는 게 너무 일이다. 사실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건, 결국 기계가 편해지면 내 노동력이 다른 데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예전엔 이동하는 게 귀찮았다면, 지금은 기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귀찮다. 뭐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제는 뒤로 돌아가서 다시 프린터 찾으러 밖으로 나가지는 못할 것 같다는 점이다. 오늘도 어정쩡하게 거실 구석에서 윙 소리를 내는 복합기를 보며, 그냥 마음 편하게 출력이나 한번 더 뽑아야겠다.

토너 가루 날리는 거 진짜 신경 쓰이던데요. 제 작은 레이저 프린터는 그런 거 없어서 거의 잊고 썼거든요.
밤에 소음 때문에 잠이 설치는 것 같아. 덩치가 큰 건 분명 편리한 면도 있을 테지만, 생활 환경에 맞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겠네.
B4 용지 출력할 때마다 레이저 프린터 생각나네요. 그때는 정말 작은 기계에 익숙해져서 이 복합기 크기가 훨씬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