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렌탈을 고민하게 된 계기
결혼하고 나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게 정수기였다. 처음에는 그냥 생수를 사 먹을까 싶었는데, 이게 매번 분리수거 하러 나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주말마다 쌓이는 페트병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왔으니까. 그러다 인터넷에서 정수기 렌탈 광고를 봤다. 교원 웰스니 청호나이스니 하는 브랜드들을 찾아보면서 월 렌탈료가 2만 원대에서 3만 원대라는 걸 알게 됐다. 솔직히 한 달에 2~3만 원이면 생수 사 먹는 비용이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수준인데, 관리까지 해준다는 말에 혹했다. 상담 전화 한 번 넣었다가 결국 덜컥 계약까지 해버렸다. 그게 한 3년 전 일이다.
설치 기사님이 오시던 날의 짧은 기억
상담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설치 날짜 잡는 게 은근히 까다로웠다. 우리 집이 평일 낮에는 아무도 없어서 주말에만 가능했는데, 주말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2주를 넘게 기다렸다. 막상 설치 기사님이 오셨을 때는 30분도 안 걸려서 끝났다. 좁은 주방에 덩그러니 놓인 정수기를 보는데, 처음엔 좀 어색했다. 싱크대 옆에 호스를 길게 빼놓은 게 영 거슬렸다.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좀 더 깔끔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싶었지만, 뭐 이미 구멍을 뚫어버린 뒤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호스가 좀 더 짧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냥 기사님 말씀대로 하는 게 맞는 줄 알았다.
관리 서비스가 주는 애매한 만족감
매달 나가는 렌탈료는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니까 사실 크게 체감은 안 된다. 문제는 관리다. 몇 달에 한 번씩 담당 매니저님이 오시는데, 미리 문자가 온다. 근데 그 시간이 꼭 내가 제일 바쁠 때거나, 집에 없을 때랑 겹친다. 그래서 매번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귀찮다. 매니저님이 오시면 필터를 갈고 뭐를 닦아주시긴 하는데, 사실 내가 직접 닦아도 되는 수준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소독까지 해주시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다. 가끔은 ‘이 돈이면 내가 필터 사서 갈아 끼우는 게 더 싸지 않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느낀 변화
어느덧 약정 기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3년 동안 꼬박꼬박 돈 내고 나면 이게 내 거가 되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계속 빌려 쓰는 거더라. 약정이 끝나면 렌탈료를 좀 낮춰주거나, 새 제품으로 바꿔준다는 제안이 온다. 신세계까사 같은 곳에서 구독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가구까지 빌려 쓰는 세상이라지만, 정수기는 한 번 쓰면 계속 같은 방식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다른 걸로 바꾸려고 알아보니 위약금 이야기가 먼저 나와서 그냥 유지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이게 정말 나한테 이득인지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계속 쓰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앞으로 계속 써야 할지 고민되는 이유
주변에서는 공기청정기나 건조기도 다 렌탈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렌트리 같은 비교 사이트에서 보면 종류도 정말 많고, 저신용자 렌탈이니 뭐니 해서 접근성도 좋아졌다. 근데 나는 이제 가전 하나하나 렌탈료 나가는 게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만 원, 3만 원이 작아 보여도 다 모이면 통신비만큼 나가니까. 혹시 나중에 이사를 가게 되면 정수기 이전 설치비도 든다고 하던데, 그런 비용까지 생각하면 렌탈이 정말 합리적인 건지 의문이 남는다. 지금은 그냥 잘 작동하니까 계속 쓰고 있지만, 계약 종료 시점이 되면 정말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딱히 결론이 나는 건 아니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자동이체 내역을 볼 때마다 ‘내가 이걸 왜 시작했더라’ 하는 생각만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다.

정수기 호스가 좁은 주방에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 불편하셨군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정말 신경 쓰일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요즘 같은 고민을 하거든요. 제가 사는 곳도 매니저 방문이 3개월에 한 번인데, 항상 겹치는 날짜만 잡혀서 짜증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필터 교체 시기 생각보다 자주 와서 좀 번거로워 보이네요. 제가 직접 관리하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을지도.
정말 공감합니다. 제가 요즘 렌탈 서비스 때문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관리 서비스 방문 시간 때문에 일상생활이 꼬이는 게 답답하더라고요.